'통섭'의 시대를 여는 후반작업 솔루션, LUSTRE와 SMOKE 1


● 이세영 / 연합뉴스 영상취재부 기자 (seva@yna.co.kr)
● 자료제공 / 디지털 매직, 홀로비전 시스템

1. 통섭의 시대

요즘 '통섭'이 화두이다. 인문학과 과학이 만나 새로운 표현 기법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지식의 통합과 이에 따른 새로운 학문의 출현을 설파하는 통섭(Consilience)의 개념은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최재천 교수가 국내에 전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 교수는 중앙일보 이규연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심리학과 신경과학, 물리학이 모여 새로운 학문인 인지과학을 만들어낸 것"이라며 다양한 학문들의 융합을 통해 'SOMETHING NEW'를 만든다고 강조했다.

그도 그럴 것이 2002년에는 대니얼 카너먼이라는 심리학자가 노벨 경제학상을 받는 다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카너먼은 인간의 행동이 이성에 지배를 받기보다는 감정에 의해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가정해 인간을 합리적인 존재로 보는 기존의 고전 경제학 이론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불확실한 조건에서의 판단과 의사결정에 대한 실험 연구를 통해 인간은 합리적으로 결정하는 존재가 아니라 감정에 쉽게 흔들리며 주먹구구식으로 판단을 한다는 결론을 도출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이처럼 통섭은 다양한 분야의 접목에서 그 발상을 출발한다. AUTODESK의 LUSTRE 시스템은 마치 통섭의 시대에 가장 적합하게 세팅된 혜성처럼 등장한 후반작업 솔루션이다. 후반작업에서의 통섭이라 하면 아래의 내용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최재천 교수가 강조한 것처럼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만남에서 확장된 개념을 들 수가 있다. 영화를 비롯한 영상물은 그 출발점을 문학으로 보는 시각들이 많다. 특히 드라마는 다양한 소설이나 희곡을 통해 영상언어로 표현된다. 시나리오를 가리켜 업계에선 '책'이라고 하지 않는가? 이러한 인문학의 산물인 영화에 기술적 분야인 촬영, 편집 등의 요소가 이제는 IT 분야와 맞물려 네트워크 편집, 렌더링, 무선 카메라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을 선보였다. 이제는 HD 데이터를 편집할 때 쓰는 프록시 편집(큰 데이터를 작은 데이터로 인식하게 만들어 편집 후 원본으로 출력)이나 렌더팜(render farm)을 이용한 다양한 인코딩 시스템 등 IT기반 기술을 모르고는 자신들의 프로젝트가 어떻게 마감되는지 조차도 알 수 없는 시대가 됐다. 그야말로 아세톤에 비벼대며 필름을 끊어 붙이던(편집하던) 편집자들의 시대는 순식간에 베르토프(1930년대 러시아 영화감독, 키노키 선언을 통해 영화의 진실성을 역설함)의 '카메라를 든 사나이'에서나 볼 수 있던 시절의 향수가 되고 말았다.

이러한 개념은 이제는 머리 속에서 상상하던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 개발되는 시대로 이어졌다. 컴퓨터 기술의 발달이 없었다면 톨킨의 '반지원정대'에 나오는 수많은 인물들의 모습을 영화 '반지의 제왕'만큼 정확하게 묘사할 수 있을까? 그렇지만 그 기술 역시 인간이 개발했고 컴퓨터를 이용한 표현기법 또한 인문학적 사고 방식에서 출발했음은 자명한 사실일 것이다.

2. 통섭의 요소를 갖추다

포스트 프로덕션 솔루션에서 통섭적 요소를 찾는 것은 바로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수많은 인문학 텍스트를 통해 다양한 표현기법, 이를 테면 장면의 전환이나 캐릭터의 성격 등을 나타내는 표정, 모델링 등을 상상해 이를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과 쉬운 조작으로 만들어 내게 해주는 것이 통섭적 요소를 갖춘 솔루션이라 말할 수 있다. 즉, 통섭적 사고 방식을 가진 작업자가 쓰기에 좋은 장비이다.

기술적 측면의 통섭의 하위개념인 컨버전스(융합)적 요소는 여러 포맷의 영상물 소스, 예를 들면 다큐멘터리에서는 흔히 쓰이는 자료 영상들을  하나의 포맷으로 인식해 임포트가 가능한 점이다. 별거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는 기능이지만, 범용 영상편집 및 콤포지션 툴에서 불러와지지 않는 다양한 코덱이나 확장자의 영상들의 변환을 위해 별도의 인코딩 프로그램을 돌렸던 기억이 있는 작업자라면 이는 분명 컨버전스의 좋은 결과물일 것이다. 영화 '사생결단'에서 지영(추자현 분)이 마약에 빠졌을 때를 돌이켜보는 장면이 대표적인 예다. SONY z-1카메라로 찍은 그 장면은 나이트샷(빛이 없는 상태에서 찍는 적외선 모드)과 비디오의 거친 느낌을 살려 몽환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z-1으로 찍은 소스가 필름으로 찍은 영화 속에서 '확대'(Blow up)돼 어떻게 프린트됐을까를 고민할 필요는 없다. 다만 그런 작업들이 LUSTRE를 통해 실시간으로 된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영화 <사생결단>에서 지영의 회상 장면

3. 디지털 노가다는 이제 그만!

창작을 위한 필수 작업인 로토스코핑, 마스킹, 매트 페인팅 등의 후반작업들은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작업이다. 특히나 단 1프레임이라도 그냥 넘어갔다간 바로 화면에 티가 나는 작업이다. 키아누 리브스의 마약중독자 연기가 돋보인 영화 '스캐너 다클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실사를 찍은 다음에 다시 그 위에 펜을 대 애니메이션처럼 만든, 즉 100% 로토스코핑을 거친 희한한 영화이다. 한 프레임씩 다시 그렸다는 사실이 그야말로 '디지털 노가다'인 셈인데 LUSTRE에선 이것이 간단하게 해결된다.



영화 <스캐너 다클리> 

LUSTRE는   타임라인이나 이미지를 하드디스크에서 아무 이미지나 신속하게 이동하여 볼 수 있다. 여기에 색보정까지 함께 진행이 가능하고 전,후에 장면을 재정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연속 장면의 처음 및 마지막 장면과 같은 여러 장면들을 각기 다른 상황에서 손쉽게 나란히 볼 수 있다. 디지털 워크플로우를 통해 필름 릴을 교체하거나 그레이딩 할    올바른 장면을 찾기 위해 비디오를 재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4. 하이엔드형 색보정 기능

LUSTRE는 로그(인화기 조명) 및 선형(텔레비전, 영화) 스타일 색상 보정이 특징이다. 여기에 밝기의 마스터 기능과 대조, 블랙(Lift), 화이트(Gain) 및 감마 컨트롤이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음영과 중간톤 ,하이라이트를 개별 컨트롤하기 때문에 칼라 그레이드 자체를 미세 조정하기 위한 편집 가능한 곡선이 제공된다.(색조, 마스터 및 RGB)

보다 빠른 작업이 필요하다면 자동 그레이딩 및 색상 매칭, 자연스런 밸런스나 밝기 보존 기능 역시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LUSTRE의 색보정 화면



작업자에 따라서 색보정 기준의 선택의 폭을 넓혔다.  HLS와 RGB 수정자가 있는 12개 채널 선택하게 했고  색조, 채도 및 밝기를 조정하기 위한 편집 가능한 곡선을 제공한다. 과거 Linear 기반의 억대 종편실의 추억을 갖고 있는 영상 제작자들은 기억할 것이다. 손으로 돌리는 곡선의 값으로 영상의 '땟깔'을 결정하던 시절, 불과 10년도 안된 얘기다. LUSTRE에선 이것이 모두 디지털화 돼있으면서도 아날로그 시절의 감성을 그대로 살려놓는다. 여기에 영상의 필드 자체의 내/외부 선택적 보정이 가능하다. 선택된 필드의 내/외부에 독립적 보정값을 적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기능인지는 '데이포 나잇'(낮시간에 밤 느낌을 만드는 기법)이나 심해 속 느낌을 만들어내는 '드라이 포 웻'(건조한 느낌을 깊은 바다 속으로 보이게 만드는 기법)을 해 본 영상제작자라면 쉽게 알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특정한 부분의 선택적 색보정을 위해 알파값을 적용한 마스크가 임포트되는 기능까지 있으니드라이 포 웻기법으로 심해 장면을 촬영한 영화 <유령> 그 높은 활용도에 놀라울 따름이다.



드라이 포 웻기법으로 심해 장면을 촬영한 영화 <유령>

색보정 화면의 세부메뉴를 열어보면 막강한 기능 중 하나인 View 분할(수평 및 수직)기능을 사용해 전/후를 쉽게 비교하게 돼있다. 비포 애프터를 간단하게 비교하니 색감의 통일성을 찾기란 어렵지 않은 일이다.

한국방송촬영감독협회 회장인 KBS 정연두 촬영감독은 '불멸의 이순신' 촬영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이순신 장군이 순국하는 장면은 사실 새벽녘의 느낌으로 가야하는 상황인데 낮에 찍은 장면입니다. 결과적으로 HD 카메라의 칼라조정을 해놓고 찍었지만 후반작업에서 이를 함께 보완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습니다. 결국은 시간의 문제였지요. 최대한 노말(Normal)로 놓고 찍느냐 아니면 찍을 때부터 색을 넣고 찍느냐 논쟁은 더 이상 의미가 없습니다. 둘다 보완하면서 작업을 해야만 합니다." (정연두, 2008, KBI HD-Set up 연수 강좌)

그러니 LUSTRE에서 비포 애프터를 즉각 확인할 수 있다면 이를 감안한 촬영으로 더욱 멋진 화면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다중 장면 View까지 지원되니(16개 장면까지) 그야말로 멀티 시퀀스 설정이 가능한 것이다. 즉 그만큼 작업에 대한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다. 이 밖에도 시퀀스 관련 기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다중 시퀀스간의 그레이드를 쉽게 비교.
2) 다중 그레이드 셋업을 신속하게 저장하는 그레이드 빈 제공.
3) 한 장면에서 여러 장면으로 셋업 복사.
4) 한번에 여러 장면에 적용할 수 있는 변경 그룹 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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